[다산칼럼] 차이나 머니 공습과 자산국가 모형

입력 2016-01-19 17:45  

막대한 무역흑자 기반 M&A 실행
세계를 자국 공장으로 만드는 중국
한국도 '자산국가'로의 변신 꾀해야

윤창현 < 서울시립대 교수·공적자금관리위 민간위원장 >



최근 중국 주도로 설립된 국제금융기구인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이 공식 출범했다. 지분율 기준으로 5위 국가인 한국은 이번 개소식에서 유일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다음으로 역내국을 대표해 축사함으로써 기구 내에서의 위상이 상당하다는 점을 확인했고, 이사직의 영구 수임과 함께 2월 중순에 한국 출신 인사의 부총재 선임에 대한 기대도 높아졌다.

이 기구에 대한 기대는 상당하다. AIIB는 2020년까지 약 7300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보이는 아시아 내 인프라 프로젝트를 수행할 전망이다. 당장 올해에만 10건 이내의 프로젝트에 12억달러 수준까지 자금을 집행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중국은 자국이 주도하는 국제금융기구를 출범시킴으로써 자국 위상을 국제사회에서 확고히 했다. 이 기구의 설립은 중국이 야심차게 추진하는 일대일로(一帶一路) 구상과 함께 ‘시(진핑)의 한 수’라고 평가되고 있다.

이 구상은 중국의 서쪽 국가들을 육상과 해양으로 연결纛막館?중국의 시장을 상당 부분 넓히는 데 초점을 두고 있다. 그런데 중국 자본이 직접 이 구상에 따른 투자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경우 해당 국가들의 거부감이 상당할 수 있다. 그러나 이제 AIIB가 출범해 중국 대신 AIIB 이름으로 인프라 투자가 이뤄지면 투자 수혜국은 기꺼이 프로젝트를 허용하고 이렇게 연결된 ‘대(帶·belt)’와 ‘로(路·road)’는 해당국은 물론 중국의 경제발전에 상당히 기여하게 될 것이다. 또 이 엄청난 인프라를 구축하는 막대한 규모의 프로젝트에 중국 기업들이 대규모로 참여함으로써 중국의 경기부양과 기업 수익 확충에도 상당한 도움이 될 것이다. 중국은 그동안 쌓아놓은 외환보유액의 일부를 아낌없이 풀어 1석4조의 효과를 얻을 것으로 보인다.

그뿐만이 아니다. 토머스 에디슨이 세운 회사 제너럴일렉트릭(GE)은 137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가전부문을 중국 하이얼에 54억달러를 받고 팔기로 최근 결정했다. 이는 물론 이멜트 회장의 사업 구조조정 전략에 따른 것이지만 GE의 브랜드 파워와 하이얼의 생산능력이 합쳐지면 상당한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중국 업체 레노버가 모토로라를 인수하고 칭화유니그룹이 반도체 업체 샌디스크를 인수한 것이 엊그제 같은데 이제 자고 일어나기 무섭게 중국 주도의 대형 인수합병(M&A) 뉴스가 새로이 발표되는 상황이 온 것이다.

‘차이나 머니’의 공습이 무섭다. 중국 자본이 동시다발적으로 무서운 기세로 전 세계를 공략해 들어가고 있다. 과거 자원, 농산물, 에너지 중심으로 투자하던 중국이 세계적인 경기 부진에 따른 사업 구조조정이 본격적으로 진행되는 현시점에서 적극적인 매수 행보를 통해 불황 이후를 내다보는 긴 안목의 투자에 착수한 느낌이다. 이제 중국은 ‘세계의 공장’만이 아니라 ‘세계의 시장’이 돼가고 있고 전 세계가 ‘중국의 공장’이 돼가고 있다. 막대한 무역흑자를 통해 구축한 현금을 가지고 한편으로는 국제금융기구 설립을 통해 경제발전과 위상 제고를 꾀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전 세계를 대상으로 거대한 M&A를 실행하는 모습을 보면 돈을 벌기만 잘 버는 것이 아니라 쓰기도 잘한다는 느낌이 든다.

점점 어려워지는 한국 경제를 보면 아쉬움이 앞선다. 그러나 우리도 이제 수출을 통해 돈을 버는 ‘소득국가 모형’만이 아니라 번 돈으로 해외에 자산을 구축해 돈을 챙기는 ‘자산국가 모형’으로의 변신을 추구해야 할 때가 왔다. 물론 우리 내부의 구조조정도 당연히 슬기롭게 진행해야 한다. 이와 동시에 유가가 떨어지고 세계적인 대규모 구조조정이 이뤄지는 국면에서 차이나 머니의 흐름을 잘 들여다보면서 우리가 챙길 것은 잘 챙기는 동시에 더 폭넓은 시각으로 세계를 대상으로 한 자산 포트폴리오 구축에 나서야 한다. 내부와 외부를 동시에 챙기면서 자산국가로의 변신을 꾀하는 투트랙 접근이 매우 중요한 시점이다.

윤창현 < 서울시립대 교수·공적자금관리위 민간위원장 chyun3344@daum.net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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